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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선화 농진청 연구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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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세계건강기구인 World Health Organization(WHO)은 ‘World Malaria Report’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연간 1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말라리아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3~5억명이 이 질병의 위험에 처해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이들의 대부분은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로서 치료와 예방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고 그나마 가격이 싸고 효과적이어서 광범위한 지역에서 사용되던 클로로퀸 약재(4-아미노키놀린 유도체)에 대해 내성을 보이는 말라리아 원충(Plasmodium falciparum)이 출현하고 있어 다양한 말라리아 치료제와 예방 백신 개발이 꾸준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좀 더 저렴하면서 새로운 약재의 출현이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는 시점에서 그 예방책으로 일부 자선단체에 의해 가난한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기증하는 운동이 전개되기도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역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로부터 그 실마리가 풀렸다.
미국 버클리 대학의 Keasling 교수팀이 빌 앤 맬린드라 게이트 재단으로부터 4천250만달러의 연구비를 지원 받아 새로운 말라리아 치료제 대량 생산의 문을 열었다.

이 연구의 주역들은 오래전부터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의 길가에서 흔히 자라는 쑥의 일종인 개똥쑥(황화호, Artemisia annua)이라는 식물이 이미 학질(말라리아)이나 고열 치료를 위한 민간요법의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었다.
가장 효율적인 천연 말라리아 치료제로 알려진 알테미시닌(artemisinin)이 개똥쑥에서 한정된 양만 추출할 수 있어 아프리카 같은 가난한 국가에는 공급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본격적으로 알테미시닌 생합성 과정에 관련된 다수의 유전자(11종)를 다양한 대사공학과 합성생물학 기술을 총 동원해 대장균과 효모 같은 미생물에서 알테미시닌 전구체 물질인 artemisinic acid 물질을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 물질을 재료로 3단계의 추가적인 합성 프로세스를 거치면 최종적으로 값비싼 천연 알테미시닌 추출물 대신 훨씬 값이 싼 알테미시닌을 대량 생산하게 된 것이다.
현재 Keasling 교수가 설립한 Amyris Biotechnologies 회사에서 알테미시닌 대량 생산 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 내 비영리 제약회사인 Institute for oneWorld Health를 통해 저가로 가난한 말라리아 환자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결국 아프리카를 괴롭히는 말라리아 질병 치료제는 국화과 쑥속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똥쑥이라는 약초가 쥐고 있었다.
더욱이 최근 워싱턴대학 연구팀이 ‘Cancer Letters 저널’에 밝힌 연구결과에 의하면 개똥쑥에는 부작용은 적으면서 기존의 항암제보다 암을 죽이는 능력이 1천200배 강한 성분이 함유돼 있어 새로운 항암제로 개발 가능성도 증폭되고 있다.
우리 주변을 거닐다 그윽한 계피향(개똥쑥은 계피향이나서 계피쑥이라고도 함)이라도 난다면 평소 멀게만 느껴졌던 아프리카의 병든 어린이를 살리는 착한 약초와 그 약리 성분이 더욱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학자들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하선화 농진청 연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