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살리는 자연의 위대한 생명들_ 제임스 B. 나르디  

흙 속의 무기물은 모든 생물이 살아 있는 동안 영양분이 된다.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죽으면 무기물이 되어 흙으로 되돌아 간다. 흙이 기름지고 완전해지려면 생물이 살고 있어야 하고, 생물이 흙의 무기물 성분에 자신의 유기물 성분을 더해 주어야 한다. 흙이란 무기물 세계와 유기물 세계가 결혼한 것이다. 이와 같은 특징을 잘 살려 흙을 정의하면 '무기물과 유기물, 살아 있는 생물로, 식물이 자라는 역동적인 자연 환경' 이라고 할 수 있다.
 
흙 속에서는 매일매일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이 무엇이든 환경오염, 영양과 건강, 지구 온난화,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방면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인간은 땅 위에서 살기 때문에 어둡고 은밀한 발아래 세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과 유기농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땅속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상호작용이 얼마나 복잡한지, 이러한 상호작용이 땅 위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이 낯선 세계에 사는 생물들에 대한 지식이 엄청나게 풍부해졌고, 그 중요성 또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2004년 <사이언스> 특별호가 '토양 : 최후의 미개척지'라는 제목을 달고 발간되었을 만큼, 세계는 풍요롭고 다채로운 발아래 세상이 땅 위  세상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주목하고 있다.
 
흙 속에서 모든 계 - 식물, 동물, 진균, 원생동물, 세균 - 의 대표적인 생물종은 물론이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이 책은 흙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군과 대표적인 생물을 다루었다. 대부분의 토양 생물군은 생애 동안 흙을 벗어나지 않지만, 생애 중 일정 시기만 또는 하루 중 일부만 흙에서 지내는 생물군도 있다. 또 어떤 생물군은 특정한 장소에만 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많은 생물군이 똥이나 썩어 가는 식물, 죽은 동물을 먹고 살다가 흙으로 되돌아간다. 생물들이 흙의 비옥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흙에 살고 있는 생물의 개체 수와 종 다양성을 조사하면 흙의 성질과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수많은 작은 생물이 흙 속에서 먹이를 먹고 똥을 싸면서 자신의 생명을 이어 가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능력과 가치를 얕잡아 보기 쉽지만, 이들은 흙을 살리는 핵심적인 유기물 성분인 부식질을 생산하는 재활용 업자다. 부식질은 토양 생물이 동식물의 잔해를 먹고 완전히 소화시킨 후 몸 밖으로 내보낸 배설물이 흙 속에서 복잡한 변화 과정을 거쳐 생성된 유기화합물이다. 부식질은  흙을 기름지게 하고 흙의 색깔을 검게 물들이고 흙을 폭신폭신하게 만든다. 부식질은 영양소를 꽉 붙잡아 식물 뿌리가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둔다. 흙 속의 영양소는  식물 뿌리를 통해 다시 생물 세계로 되돌아간다. 이렇게 영양소는 생물 세계와 무생물 세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유기농 농부가 화학비료 대신 거름과 퇴비를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퇴비와 거름에는 영양소가 많을 뿐 아니라, 퇴비와 거름을 부식질로 바꿔 주는 토양 생물이 살고 있다. 부식질은 흙의 영양소와 물을 붙잡아 둘 뿐 아니라 흙에 빈틈이 생기도록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폭신한 흙은 특히 토양 생물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다. 흙이 건강해지려면 토양 생물이 공동의 노력으로 탄생시킨 부식질이 있어야만 한다.
 
부식질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고 싶으면 뒷마당의 퇴비 더미를 관찰해 보라. 퇴비는 땅 위에 존재하는 하나의 소우주나 다름없어 숲의 낙엽층이나 초원의 식물 잔해에서 매일 매일 일어나는 그 매혹적인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퇴비의 식물 잔해는 그야말로 빠르게, 철저하게 분해된다. 그 속도와 완벽함에서 식물 잔해를 부식질로 바꾸는 생물의 놀라운 능력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다. 퇴비를 휘젖거나 숲이나 초원의 낙엽층을 뒤적여 보라. 재생과 부식질 형성이란 중책을 맡은 분해자가 얼마나 다양하고,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흙과 퇴비 더미에서 가장 풍부하게 발견되는 생물은 죽은 동식물을 분해하는 생물들이다. 이들은 분해자, 부식자, 잔사섭식자, 재생자등으로 불리는데, 또 다른 이름을 붙여도 상관없다. 이들 외에도 위아래 흙을 뒤섞어 흙을 기름지게 하는 토양 동물군도 있다. 그들은 모두 '땅파는 동물'이며, 크기순으로 줄 세우면 조그만 절지동물에서 둥실둥실한 설치류까지 다양하다. 땅을 파고 흙을 퍼 올리다 보니 아래쪽에 있는 무기물 층이 위쪽에 있는 유기물 층과 섞이게 된다. 땅파는 동물은 위아래 흙을 뒤섞어 화학비료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흙을 기름지게 하고 계속해 흙을 순환시킨다.
 
그런데 토양 생물 중에서 오로지 세균만이 동식물 잔해를 재생시키고, 식물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원소를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토양 입자에서 분리해 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토양 생물을 비롯해 지구의 모든 생물은 결국 세균과, 세균이 먹여 살리는 식물에 의지해 살아가는 것이다.
 
다양한 포식자들 - 균류, 원생동물, 진드기, 지네, 딱정벌레, 새, 뱀 - 은 분해자와 땅파는 동물이 필요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막고 수적인 균형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킨다. 건강한 흙에는 분해자와 땅파는 동물, 포식자가 공존하기 때문에 무기물 세계와 유기물 세계가 조화를 이룬다. 토양 공동체의 구성원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생장과 소멸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토양, 풍부한 영양소, 생태계의 건강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분명한 사실은 토양 생물이 흙뿐 아니라 지구 건강에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지구를 지키는 토양 생물 중에는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낯설고 기묘하게 생긴 것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많은 토양 생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 우리는 발아래 흙보다 천체의 운동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가 살았던 15세기와 21세기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걸음을 멈추고 발아래 살고 있는 생명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자. 그리고 이름 없는 작은 영웅들이 삶의 터전을 어떻게 바꿔 나가는지 조용히 지켜보자. 이 책의 목적은 흙을 살리고 기름진 토양을 선물하는 작은 생물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새롭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리란 것을 분명히 이해시키는 것이다.
 
 
* 제임스 B. 나르디 : 일리노이주립대학 곤충학과 교수
 
_ 제임스 B. 나르디의 <흙을 살리는 자연의 위대한 생명들> 중에서

 

 

 

출처 : 참살이 순이 농장 (Well-being Sunny Farm)
글쓴이 : 워너_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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